2007년 4월 1일 동이 트기 이전 변산반도 격포리의 하늘은 때론 붉게 때론 새하얗다. 불과 몇 십초 간격으로 뇌우가 내리쳤고, 삼각대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가장 큰 뇌우를 조준(?)하기 위해 부산히 손을 움직이고, 몸을 이동시켰다. 생에 가장 큰 뇌우를 매우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였으며 자연에 대한 위험을 배재한 나름의 도전이며 배짱이였다. 간혹 섬광들은 불꽃으로 변하여 바다 건너 저 편에 있는 섬 어딘가의 나무를 종종 내리 쳤다.
나는그러한 광경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긴장의 끈을 쉴틈없이 조이고 조였다. 더욱이 번개 사진을 전혀 찍어본적 없는 나였기에 그것은 대단히 큰 어려움이 였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대자연은 경이롭다. 번개가 단지 구름과 구름, 혹은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방전현상이라고만 이라고 설명하기에는 그 설명의 정도가 너무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있으리라. 사방에서 내리치는 뇌우는 무섭다기보다는 아름다웠다.
나의 사진 생활에 일종의 획을 그을 수 있는 큰 경험을 나는 그날 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그것들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사진사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으리라. 내 사진 생활에서 단 한장의 사진을 꼽아 보라면 나는 이 단 한 장의 사진을 꼽겠다. 다음번에도 그 때처럼 '지독하게도 운이 좋으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Camera] Canon EOS-20D
[Lens] Canon EF 70-200L IS / f2.8
2002년부터 새롭게 갖게된 취미 생활 중 하나가 사진을 찍는 것이다. 나는 사진을 손으로 찍어야 하는데 꾸역 꾸역 '발로 찍는 사진가'라고 자신있게 자신을 소개하곤 한다. 사실... 이것은 스스로 큰 만족을 하지 못한다는 말에 대한 반어적인 표현일 것이다.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갖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있고 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평범한 취미를 갖었을 뿐이다. 왜 처음에 사진을 시작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멋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간단히 나 자신에 대해 '발로 찍는 사진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듯이 만족에 대한 갈증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많은 사람이 흔히 말해, 뽀샤시한 사진 - 화려한 색감과 뽀얀 빛깔 - 을 원한다. 사진은 대단히 개성이 강한 취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거짓된 색과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크겠지만 하는 즐거움을 나는 더 크게 생각하는 단순한 사진가이다. 거기에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지라 글과 사진을 적절하게 끼워넣어 지금은 폐업 직전에 놓여 있긴 하지만 '이야기가 있는 사진관'이라는 나름 간판도 하나 달아 블로깅을 시작했었다. 사진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너무 어렵다. 하지만 사진에 이야기를 붙이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즐겁다. 그래서 나는 사진에 이야기를 달았다. 글쟁이도 사진쟁이도 아닌 중간쯤에 위치해서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있으니 나름 괜찮은 방법 같아서 말이다.
있는 사물을 있는 데로 찍는 것이 대단히 쉬운 일인 줄 알았다. 인간의 눈이 얼마나 대단한 성능을 갖고있는지는 사진을 한번 찍어보면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매우 강력한 조리개 - 빛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 - 과 매우 민감하며 강력한 감도 를 갖고 있다. 그래서 사진촬영이 쉽지 않다. 한마디로 좌절이다. 날로 먹으려다가 몇번 채했다. 역시 날로 먹을 수 있는 것은 회가 유일할지도... 응?!
그래서 있는 그대로 찍는 것은 잠시 보류하고 색다른(different) 시선으로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사진은 감각적인 맛인데 남들이 손으로 기막히게 찍은 사진을 발로 찍고 있으니 색 다른(different color) 사진만 나왔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래서 현재 나는 정체하고 있다.
나는 왜 사진 생활을 시작했을까? 사진은 생활에서 시작되는데 나는 그것을 잠시 잊은 것이 아닐까? 나의 첫번째 나의 카메라 Canon PowerShot G2 였다. 언제나 나와 함께하며 주변의 평범한 사진들을 찍었고 때론 하품이 물 밀듯 일어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소소했던 그때의 사진들은 종종 나를 자극하기도 한다.
<Challenge >
처음으로 연작사진에 도전도 해보았다.
이 사진은 연작사진의 시초이자 거장인 듀안 마이클 (Duane Michals, 미국, 1932∼ )의 작품이다. 연작사진(連作寫眞)이란 연재형식으로 나타내는 방법이다. 그는 말했다. ‘진실을 찍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찍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진실과 사실적인 표현들을 원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진실과 사실을 더욱 왜곡하는 방해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단지, 사진은 나의 취미생활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보에 기재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이 글은 이제 더 이상 사보의 글이 아닌 슬몃슬몃 그리고 때때로 조금씩 써내려가는 마치 포스트 잇 속의 낙서과도 같아졌다. 지독히 단편적이며 연속적인 글들 중 하나일 뿐이다. 글을 쓰며 과거를 회상할 수 있어서 나에게는 기억을 새롭게 더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오래된 사진들을 꺼내어본다.
[Camera] Canon EOS-20D
[Lens] Canon EF 70-200L / f2.8 , Sigma 18-50/f2.8 EX DC , Canon EF 16-35mm F2.8L USM
[Flash] Canon SPEEDLITE 580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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