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Fragrance of People

숨 죽이기

Homme-Fatale 2005. 12. 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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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종] CANON 20D
[사용렌즈] SIGMA 18-50mm

내가 카메라를 처음 손에 잡아본 것은 불과 몇년 되지 않는다.


손쉽게 찍을 수 있고, 또한 일반적으로 많이 보급되어 있는 일반 필름 카메라야 졸업식과 같은 행사 때면 늘 어김없이 그것도 큰 부담과 찍으면 당연히 나오고, 또한 현상하게 된다는 일반적인 카메라를 손에 쥐어지게 되지만, - 여기서 카메라라 함은 카메라가 갖고 있는, 그리고 내가 지금 20D라는 어마어마한 녀석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나를 끌어당기게 하는 카메라만의 느낌과 욕심이랄까... - 내가 갖고 싶다는 느낌, 하고 싶다는, 무엇보다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 카메라는 바로 사진 속 주인공인 나의 친구를 통해서이다.

대학 때, 나는 하늘밑 집에서 살았다. 그렇다. 벌써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옥탑방에 살았다. 여름에는 더욱 여름답게, 겨울에는 더더욱 여름같게 느껴지게하는 옥탑방. 대학을 지방에서 다닌지라 혼자 자취생활을 했는데, 월 16만원이라는 초바격적인 가격은 나를 옥탑방으로 이끌게 하였다. 무엇보다 정말 넓디 넓은 정원 - 옥탑방은 4층 빌딩 옥상 한 가운데 있었던지라, 옥탑방을 제외하고도 옥탑방의 약 10배쯤 되는 공간이 남아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꽃씨가 시멘트 바닥위로 떨어져 앉아 빗물과 햇볕을 머금으며 뿌리를 내리는 잡초가 듬성듬성 하였으니, 정원으로 비유되고도 남으리라. - 을 안고 살았다.

카메라를 처음 접한 그 해, 나는 '비'를 잃었다. 그렇다. 헤어졌다. 그해, 겨울은 내가 있던따뜻한 남쪽나라에는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아마, 그게 100년만의 폭설이라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눈을 무척 싫어한다.

2001년 그렇게 나는 카메라를 만났고, '비'를 떠나 보냈다.

내 친구는 사진쟁이다.
나와 같은 전공하며, 틈틈히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해오다가 몇년여 다닌회사를 그만두고 결국 전문 사진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친구로 부터 이름하여 '뽑뿌'라는 앵글안의 작은 세상, 사진에 대해 세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자라온 환경 때문인지, 나는 그림이나 사진 보는 것을 참 좋아하고, 그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학생들의 사진전을 보면, 나름대로 의도한 목적일 수도 있겠지만, 고의적인 느낌이랄까, 또는 언발란스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또한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이 담겨있지 않은 것 같아서 친구앞에서 궁시렁 거렸다.

그런 내가 카메라를 잡는다.
그래서, 나는 늘 입을 내놓고다닌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사진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나는 사진에 이야기를 담는다.
사진을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넘쳐나듯 떠오른다.

난 나름대로, 이것이 사진을 더욱 사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가 있는 사진관'이란 테마를 만든 주된 이유이리라.
흔히 말해 나의 '내공'은 허하다. 채워진 것 없이 입만 떠드는 내공이랄까....(물론, 이것도 내공으로 쳐준다면 말이다.)

내 사진에 후보정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후보정을 할 줄 모르고, 결정적으로 사진에 후보정을 하는 것은 찍은 느낌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고, 또한 찍었을 갖었던 느낌을 잃거나 외곡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후보정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쁜 사진이 없다. (>_<)

다만, 사진 안에서 내가 보는 세상의 관점과 생각, 그리고 이야기를 넣어준다.

그것이 내가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통해, 세상을 보는 유일한 통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덧붙임 : '정작 숨 죽이기'란 타이틀을 달아놓고, 사진 이야기가 없으니, 정말 졸립긴 졸리운가보다.
뜨헉! ㅡ0ㅡ 벌써, 1시가 다가온다. 내일 출근하려면 또, 알람 수십번 울리겠다. (>_<)

뷰파인더를 통해 담고 싶은 사진을 찍을 때, 아마 다들 알지 않을까?
숨소리 마저 나도모르게 잦아지는 것을....

'제발 내가 사진 찍을땐 그대로 좀 있어달라고...!'


- 촬영장소 : 경기도 가평군, 아침고요 수목원
- 촬영일자 : 2005.12.25
- Photo by 비를 사랑한 소금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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