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Fragrance of People

할머니 생각.....

Homme-Fatale 2004. 7. 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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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같은 하늘아래에 계시진 않지만, 할머니가 계셨다.

제법 오래된 일인데, 비교적 또렸하게 떠오른다.

어렸을적에... 나는 방학이 되면, 시골에 내려가곤 했다.

나에게 시골집은 정말 따분하고, 재미없던 곳이였다.

나는 반() 경상도 놈이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방학때가 되거나, 많은 시간을 시골집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지금 말투에 종종 심한 억양이 들어가곤 하는데, 그건 경상도 사투리의 고유한 억양이다. 그것은 군대를 다녀와서 그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시골집에 가면, 정말이지 하고 놀게 없었다.

성격이 활발하지도 않아서 늘상 집안에 틀어박혀있기 쉽상이였다.

그러던중 어느날, 할머니(친할머니시고,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셨다.)께서 시장을 갖이 가자셨다.

꾸부정한 허리춤에 무언가를 잔뜩 싸메고 계셨다.

나도 그중 일부를 들었다.

한참을 걸어 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에 도착을 했고, 또, 얼마간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 내리게 되었고, 그곳은 시장이였다.

시장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빈터가 난 자리에 할머니께선 자리를 피셨다.

그러곤, 내가 들고온 봇짐과 할머니께서 들고있는 짐을 풀어헤쳤다.

그것들은 다름아닌 쌀과 여러가지 채소와 여러가지 것들이였다.

순간 챙피했다. 하지만,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고, 그저...나는 심심하고, 또, 심심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한참을 지루해하고 있었다.

그런 할머니께선 어쩔수없이 나의 눈치를 종종 살피시곤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근처 이곳저곳을 그냥, 거닐며 다니며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을때, 정리를 하시면서 일어스셨다.

아직 많이 팔지는 못하신것 같아 죄송스러웠지만, 기쁜 마음은 정말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남아있는콩이며, 땅콩, 깨로 강정을 만들러 갔다.

커다란 솓같은 것에 콩, 깨등을 넣고, 볶고, 물엿같은 것과 뭐~ 이런저런 것들을 뚝딱뚝딱하더니, 정말 굼침넘어가게 맛있어 보이는 콩강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흐르는 침을 닦아가며 꾸~욱~! 참고 있다가 냉큼 한녀석을 잡아채었다. 물엿이 아직 굳지를 않고, 갓 만들어진 강정이라 재법 뜨거웠고, 상당히 끈적거렸다.

한입 베어물었다.

그 맛....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갓 만들어진 강정...먹어보지 못한 이여...

그대들은 정말 그 맛을 모른다.

과자를 산만큼 갖다줘봐라~ 그 맛과 바꿀소냐?

콩강정을 커다란 봉지안에 담고, 또, 남은 쌀로 뻥티기를 만들어서 또, 커다란 비닐봉지안에 넣었다. 그것들을 다시 보자기 안에 넣었는데, 내 머리속에는 온통 그 두 녀석만 두둥실 떠다녔다.

시골집에 도착!

냉큼 먹으려 했는데, 몇개만 주시고는 다락방에 올려놓으셨다.

아~! 지금 이 글을 쓰면서야 생각났다. 그때가 언제였는지...

추석에 있을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맞다! 그때는 정말 더웠다. 그래서 땡볕에 있는것이 무척이나 곤욕스러웠다.

할머니가 계시지 않을때, 몰래 다락방에 올라가서 강정을 몇개 들고 내려왔다.

으~ 맛있어~ 너무너무 맛있어~!

50원짜리 과자보다 몇배는 맛있어!!

그래도...쭈쭈바랑 바꾸면.... ㅡㅡㅋ 바꿔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ㅡㅡ;

그랬다.

그리곤, 제법이라 할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04년 5월 15일. 경주에 갈일이 생겼다.

교수님 회사의 직원(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결혼식으로 연구실 사람들이 우르르~ 경주에 내려갔다.

비가 내리고, 날은 정말 꽝이였다.

전날까지만해도, 화창한 날씨를 제법 뽑내고 있었는데, 날씨가 정말 꽝이다!

내가 아무리 비를 좋아하고,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이날 만큼은 정말 도리도리 였다. 좋은 경치들과 멋진 것들을 잔뜩 보고, 또, 찍으려 했는데, 그런것들이

홀라당~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은빛의 양이 적어서 사진찍기가참 힘들다.

잠깐 들른 곳.

불국사였던가... 석굴암이 모셔져 있는 곳엘 잠깐 갔는데,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은행이며, 뻔데기며, 이런저런 것들을 파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담고했었다.

하지만, 나는 담아내질 못했다.

조금만 더 당겨서 찍었음 나았을까?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할머니...생각이....

Written by

비를 사랑한 소금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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