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아버지는 누구인가

Homme-Fatale 2003. 11. 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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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장소(그 곳을 직장이라고 한다)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龍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라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 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그대가 지금 몇 살이든지,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최종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의 인상은,

4세때--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7세때--아빠는 아는 것이 정말 많다.

8세때--아빠와 선생님 중 누가 더 높을까?

12세때-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아.

14세때-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나요.

25세때-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갔습니다.

30세때-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40세때-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前에,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50세때-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었어.

60세때-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꼭 助言을 들었을 텐데…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後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車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갔다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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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대단한 고집쟁이시다.

그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말 한마디로 아버지의 고집이 종종 꺽인다.

그렇다.

아버지는 이제, 재법이라는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릴 정도로 나이들으셨다.

염색약이 없었더라면, 아마 벌써 흰머리로 가득하셨을것이다.

짐승의 가죽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아버지의 손을 보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오려한다.

예전의 고집은 내가 몇마디 하여 설득시키면, 곧 따르시곤 한다.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데...

아직 어른이 아닌데..........

난 장남이다.

머스마만 둘.

동생이 어머니 속을 좀 썪이는 일이 있어서 그 일로 동생과 이야기하면서,

나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어른이 아니라고.

단 한번도 어른이라고 생각들어본적이 없다고.

어른이란 무엇일까?

나의 대답은 그에 대해 비교적 쉽게 답을 내려준다.

이건, 정답과도 같은 말일것이다.

어른이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들어가는데,

그것은 어떤 일이 있을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예를 들어 부모님)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떠올라야 그게 어른이라 생각한다.

조금 모순된 말이긴 하지만,

나이는 벌써 오래전부터 어른이 되어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시간이란 문턱을 하나 둘 넘나들때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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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항상 가는 곳이 하이텔 디지털 동호회이다.

내가 난데없이 아버지라는 글을 올린것은 그곳에 올라온 글을 보고 나서이다.

젊은 사람도 많지만, 나이가 어느정도 든, 이름하여 자녀를 둔 분들이 많아 부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분들역시 많이 계시다.

난, 나의 아버지를 좋아한다. 그리고, 존경한다.

아주 고집불통인 분이다.

허나, 그 분도 나이를 먹어가심에

자식에게 약해지신다.

위에 올린 글은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무기명으로 어느 독자가 올린 "아버지는 누구인가?" 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입니다. 한때 중앙일보 홈페이지를 시끌하게 했던 글이다.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글이기도 한 이글...

by 비를 사랑하는 소금인형

비 와 연 인

꼬랑지 글 : 아..비가온다... 비맞고 싶다...

두번째 꼬랑지 글 : 헉! 정말... 난, 비를 만났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맞긴 맞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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