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잠들러 기숙사를 내려갔다.
얼마만인가.. 세탁기를 돌려보는게....
한가득 모아놓은 빨래를 세탁기기 넣고,
제 2의 가죽이 될듯말듯한(?) 껍질을 벗길겸 한바탕 찐하게 샤워를 하고 왔을때
한통의 부재중 전화.
''어? 누구지? 랄라~ 앗싸~! 모르는 번호다~(난, 모르는 번호 연락 받는걸 좋아한다. 오죽 전화가 안오면... ㅡㅜ''
바로 전화를 했다.
불과 몇분전에 전화가 왔었기때문에 분명 내가 늦게 잠을 청한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일 것이다.
"누구세요~?"
"........ 웅~웅~웅~.....(잘 못알아 들었다.)"
"누..누구세요~?(언제나 그렇듯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 웅~웅~웅~.....(역시 잘 못알아 들었다.)"
"호곡~! 누..누구셔요~?(장난끼가 한층 더 늘어난 목소리로)"
"지혜~"
"헉! 지...지혜니?"
"잘 지냈어~? 오빠?"
.......
그랬다.
그 전화는 나를 "비를 사랑한 소금인형"으로 만들어 놓은 "비"의 주인공 지혜였다.
그때의 기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학교 때려치우고, 난 당장에 펜대를 잡고 글을 쓸것이다.
내겐 그때의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당장 끊고싶었다.
화가 너무도 났다.
''얘가 무슨 배짱으로 나에게 또, 전화를 한거얏?!''
그랬다. 아니, 그럴것이라 생각했다.
전에도 그런적이 있기때문에 또, 분명 전화가 올것이라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기간은 일년 주기인듯 했다.
그녀....
그녀를 처음 알게된 곳 역시, 이곳 하이텔이다.
하이텔은 나에게 참으로 많은 기억을 남기게 한 장소를 제공해주었다.
전문대학을 졸업할즈음 나는 편입을 위해 학교를 물색하고 있었고,
내가 결국 선택한 학교근처에 그녀는 살았다.
친인척도 없는 외딴 곳에 살게된 나는 자연스래 그녀와의 만남이 잦았고,
우리는 금새 가까워졌다. 사실, 그녀가 나를 무척 좋아했다.
학교생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나는 당연스럽게 곁에 있는 그녀와 함께 있게되었고,
그런 만남으로 미래를 약속하는 사이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우리는 헤어졌다.
참으로 수많은 경험을 나는 했다.
헤어지고, 일년뒤.
그녀를 겨우 잊을 만 했을때, 아니, 잊었다고 생각되었을때,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그때부터 연락을 종종하게 되었고, 연락이 잦았고,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은 후...
나는 그녀를미안함으로 대했던 마음을 미움으로 채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
그러고 나서 다시 일년 후
그러니까 어제.
그녀는 나에게 또, 전화를 했다.
밉다.
너무 밉다.
허나, 미워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마음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나와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어떤이가
만약 그녀가 다시 만나자(그것은 즉, 이름하여 다시 사귄다라는 표현을 쓰는)하면 난 어떻게 할꺼냐고.
난, 대답했다.
"응... 난, 아마 다시 만나지 않을꺼야. 이미 우리는 인연이 아닌걸 난 느껴. 그 인연은 앞으로 계속 연락이야 되겠지. 그녀에게 나는 항상 고마운 존재이고, 편안한 존재이니까. 부모님보다 그리고, 그녀보다 그녀를 더 잘 아는 존재가 나니까. 허나, 연락의 인연이 아닌 부부의 연을 맺을 만한 그런 인연은 될 수 없을꺼야."
난, 내 성격상 모질게 대하질 못한다.
다 받아주는 편이다.
어제, 대략 한시간의 전화통화를 갖으면서 나는 점점 밝은 목소리로 그리고, 장난끼 많은 목소리와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더이상 기억이 아닌 추억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과 추억은...
기억은 그때를 떠올렸을때 아팠던 일은 아프게, 기뻤던 일은 기쁘게 그대로 느끼지만,
추억은 아팠던 일도, 기뻤던 일도, 슬펐던 일도 생긋 웃음지어 회상할 수 있게 하는...
그런 느낌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녀 덕분에
나는 사랑을 해봤다.
사랑함과 좋아함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나에게 사랑함을 알게해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뒤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사랑함은
그 사람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까지도 감당해야함을 나는 한참이 지난 후에 알았고,
이제는 그런 느낌을
언젠가는 나타날 나의 새 사람에게 그 모든것을 다 태울 수 있는 연료를 만들어 주었으니까.
사랑은 태우는 것이다.
물리의 법칙도, 수학의 법칙도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런 것을 알기에는 그녀와의 지독히도 아프고, 욕나오게 아프고 아팠던 기억이 추억으로 갈즈음 알게된것이다.
잘 지내렴... 지헤야...
by 비를 사랑하는 소금인형
비 와 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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