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비와는 다르게 비교적 뚜렸한 흔적을 남기곤 한다.
그것은 발자국으로 대표적인 이름을 띤다.
세상이 하이얀 눈으로 덮혀진 땅위에 아무도 남기지 않은 발자국을 남기다는 것은 신세계를 밟는다는 의미이기도한 동시에 그것은 곧 파괴이기도 하다.
내가 눈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는
눈은 때 타기 너무도 좋기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흰색을 가진 눈은
흰색을 띄였기 때문에 때 타기 쉽다는 것이고, 이는 그 때로 부터 보호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하다.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언뜻보기에 색조차 갖지 않은 투명함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나를 만나고, 구체적인 흰색을 띠기 시작했고, 그 색은 나로인해 바뀌어져 갔다.
이런 이유로 나는 흰색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는 양면적 감정을 갖게되었던 이유중 하나가 된다.
흰색은 몹시도 조심스러운 색이다.
그 흰색은 그 어떤것과 만나도(흰색을 제외한) 반응한다.
흰색에 어두움으로 대표되는 검정이 들어와도 흰색은 검정을 맑게 해준다. 회색이라는 이름으로 어둡고 탁한색을 조금이라도 밝게 만들어주려한다.
강렬한 붉음의 빨간도 흰색앞에서는 그 역시 무용지물이 된다. 그것은 분홍이라는 온화한 빛깔로 변하기때문이다.
하지만, 흰색은 어떠한가?
흰색은 본래의 모습이 강렬한 색깔들 사이로 스며들어 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인간은 모험과 도전이라는 정신으로 살아왔고, 유지하며,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허나 동전의 반대와 같은 입장에서는 그 신세계는 모험과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더럽혀져갔다.
항상 재미나게 생각하고 있는 것중에 하나가 물리의법칙 중대표적인 "보존법칙(保存法則)"에 대해서이다. 보존법칙에 대한 생각을 말하라면 몇 쪽 분량으로 기술하겠지만, 보존법칙에 대한 나의 생각 보다는 탐욕스럽끼까지해보이는 흔적남기기에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별난 것중에 하나가 이름남기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해외 유명 여행지에서 한글로 된 서명(?)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노래방을 가도~, 여행지를 가도~
허~허~.... 이렇게까지해서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로 알리려는 한국인이여....
어쩔수없이 발자국을 남겼다.
사진찍는다고, 이래저래 돌아다니며 남겼지만, 그 순백의 느낌에 어지러운(규칙이라곤 찾아 볼 수도 없는) 느낌표들을 보니, 심난한 마음까지 도는 것은 왜그럴까?
by 비를 사랑하는 소금인형
비 와 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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